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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사

중국 문학사에서 본 『한서』와 『사기』의 문체 차이: 반고와 사마천의 문학적 대화

by onulgogo 2025. 7. 1.

『사기』와 『한서』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중국 문학사에서 『사기(史記)』와 『한서(漢書)』는 단순한 역사서로 보기 어려운 문학적 가치를 지닌 작품입니다. 사마천과 반고, 두 사람은 역사라는 형식을 빌려 각기 다른 문학 세계를 구현해냈고, 그 결과 이 두 저작은 사실 기록을 넘어선 서사와 문체의 예술성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개인의 감정과 철학을 녹여 넣으며 인간 중심의 문학적 역사를 창조했고, 반고는 『한서』에서 보다 엄정하고 구조화된 문장과 체계를 통해 국가 중심의 정통 사관을 문학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문장을 통해 역사를 쓴다'는 태도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기』와 『한서』의 문체적 특징을 비교하고, 두 작가가 각각 구현한 문학성, 역사의식, 구성 방식의 차이를 통해 왜 이 작품들이 중국 문학사에서 문학적 고전으로 불릴 수밖에 없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중국 문학사에서 본 『한서』와 『사기』의 문체

사마천과 반고의 시대 차이가 문체에 미친 영향

사마천이 활동한 시기는 한무제 시기로, 사상과 표현에 있어 비교적 유연하고 실험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던 시기였습니다. 반면, 반고는 후한 광무제 이후 정치적 안정과 유교 중심 질서의 확립 속에서 활동하였으며, 문체 또한 그러한 시대적 성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사마천은 『사기』를 통해 개인 중심의 인간 서사, 다양한 계층의 인물을 평등하게 조명하는 문학적 역사관을 보여주었고, 문체 역시 운문과 산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강렬한 감정과 철학적 깊이를 담았습니다. 반면, 반고는 『한서』에서 제왕 중심의 역사 기술, 인과관계가 뚜렷하고 논리 정연한 문장을 사용하여 정제된 사관과 형식미를 추구했습니다.

이처럼 두 사람의 문체 차이는 단순한 문장 스타일의 차이가 아니라, 시대적 배경과 역사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학적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문학이 시대의 반영이자, 작가 개인의 사유와 철학을 담는 그릇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기』의 개방적 구성과 서사 중심 문체

『사기』는 사마천이 처음으로 창안한 기전체(紀傳體) 형식을 따르면서도, 매우 개방적인 구성과 감정적 글쓰기를 특징으로 합니다. 본기, 세가, 열전, 서, 표로 나뉘어 있으며, 특히 열전(列傳)은 인물 중심의 서사 구조로, 한 편 한 편이 독립된 전기 소설처럼 읽힐 정도로 문학성이 뛰어납니다.

사마천은 인간의 감정, 운명, 도전, 배신, 이상 등을 문학적으로 재현하며, 역사를 기록한다는 목적을 넘어서 인간 삶의 본질을 탐색하려 했습니다. 그가 궁형이라는 극단적 고통 속에서도 집필을 계속한 이유는 단순한 사명감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문학적 집착이었으며, 이는 『사기』 전체의 서사 구조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문체적으로는 단문과 고어의 절묘한 배합, 묘사와 대화의 조화, 문장 리듬의 다양성이 돋보이며, 이는 독자에게 생생한 서사와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처럼 『사기』는 문학적 흡입력과 역사적 깊이를 동시에 지닌, 고대 문학의 대표적인 서사 양식입니다.

『한서』의 체계적 구성과 분석 중심 문체

반고의 『한서』는 사마천의 『사기』를 계승하면서도, 보다 엄격하고 체계적인 역사 서술을 추구했습니다. 같은 기전체 형식을 따르지만, 『사기』에 비해 구성의 일관성과 논리적 전개가 강조되며, 문체 또한 정제되고 고전적인 색채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한서』는 사실 중심의 기록을 중시하며, 인물의 감정보다는 정책, 제도, 사건의 객관적 기술에 중점을 둡니다. 반고는 유가적 질서와 국가 중심 사관을 바탕으로, 왕조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문학의 기능을 정치적 안정과 이념 전파의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문장 구조는 짧고 절제되어 있으며, 은유와 묘사보다는 직설적 진술과 논리적 흐름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가 시적인 호흡으로 쓰였다면, 『한서』는 철저한 산문적 구조 위에 서술된 문학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그리하여 반고의 문체는 형식적 완성도와 문장 기술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후대 사대부 문학의 글쓰기 표본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사마천과 반고의 문체 차이가 문학사에 미친 영향

『사기』와 『한서』는 모두 기전체라는 같은 형식을 따르지만, 문체와 서사 방식의 차이는 중국 문학사의 흐름에 뚜렷한 분기점을 형성했습니다. 사마천의 문체는 이후 전기문학, 고전소설, 시가 문학에 깊은 영향을 주었으며, 감정 중심, 인물 중심 서사의 전통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반면, 반고의 문체는 후대 산문문학, 특히 논설문과 역사 서술의 표준 양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송대의 유학자들이 선호한 '고문운동'은 반고의 문체를 이상적 모델로 삼았고, 이는 중국 산문미학 형성의 결정적인 요소가 됩니다.

따라서 두 사람의 문체 차이는 단순한 글쓰기 방식의 차이를 넘어서, 문학 장르의 다양화와 기능 분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사기』가 감성적 서사의 길을 열었다면, 『한서』는 이성적 기술과 문장 구조의 길을 연 것이며, 그 둘은 중국 문학사에서 문학이 사유와 미학을 통합해 가는 두 갈래 흐름을 형성하게 됩니다.

『사기』와 『한서』, 문학으로서의 역사 서술

중국 문학사에서 사마천의 『사기』와 반고의 『한서』는 단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문헌이 아니라, 문학적 정신과 문체 실험이 극대화된 고전입니다. 사마천은 역사를 통해 인간을 말했고, 반고는 문장을 통해 국가의 질서를 정리했습니다. 두 작품은 각각 문학의 인간 중심성과 구조 중심성을 대표하며, 후대 문학의 흐름을 가르는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독자로 하여금 감동하게 만드는 것은 단지 사건의 진실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체와 서술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기』는 시처럼 호흡하며, 『한서』는 산문처럼 흐릅니다. 『사기』는 운명과 고통 속 인간의 고뇌를 보여주며, 『한서』는 정치와 체제 안에서 인간의 위치를 설명합니다. 이처럼 사마천과 반고는 각각 문학의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이들이 남긴 작품은 중국 문학사뿐 아니라 세계 문학사 속에서도 '문학으로서의 역사'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대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