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학사에서 본 계급 서사의 부상과 근대 노동자 문학의 시작

중국 문학사에서 계급 개념의 문학적 등장과 변화

중국 문학사에서 계급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문학 속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정치 변화 때문만이 아니라, 시대의식의 전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중국 문학은 제왕, 사대부, 혹은 지식인의 삶과 이상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백성이나 하층민의 삶은 문학의 주제가 되기보다는 배경으로만 그려지곤 했습니다. 이처럼 문학이 특정 계층의 감정과 세계만을 재현하던 구조 속에서, 하층 노동자나 농민 계층의 삶은 자주 배제되거나 형식적으로만 다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면서 세계사의 흐름과 맞물려 계급의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는 문학이 지니는 재현의 역할에도 중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근대 이후 중국 사회가 겪은 도시화, 공업화, 그리고 자본주의적 착취 구조의 확대는 개인의 경제적 위치를 단순한 신분 이상의 문제로 끌어올렸고, 문학은 점차 이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문학이 더 이상 권력의 언어로만 존재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계급은 비로소 문학의 언어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지식인의 문학에서 민중의 문학으로, 위로부터의 문학에서 아래로부터의 문학으로의 전환이 모색되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이 계급 서사의 전환기였습니다.

중국 문학사에서 본 5.4 이후 계급 서사의 형성과 사회비판적 시선

중국 문학사에서 5.4운동은 계몽과 반전통의 상징일 뿐 아니라, 문학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당시 등장한 새로운 작가들은 문학이 단순히 미적인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을 진단하고 고발할 수 있는 수단임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 속에서 계급이라는 개념은 하나의 도덕적 주제나 감성적 대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서 다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루쉰을 비롯한 작가들은 개인의 심리 내면과 더불어 그를 둘러싼 사회적 조건을 긴밀하게 서사에 엮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문학은 이제 더 이상 개인의 윤리적 선택이나 사상적 고뇌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불평등한 조건, 즉 계급의 현실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계급 서사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미학적 대상이 아닌 현실 참여의 수단이 되었고, 이는 곧 노동자 계층을 문학의 중심인물로 등장시키는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도시는 계급 갈등이 집중되는 공간으로 또한 공장은 문학의 배경이자 상징적 무대로 재현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문학은 점차 사회학적 상상력을 동반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계급의 문제는 추상적 담론이 아닌 구체적인 인간의 삶으로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문학사에서 본 노동자 문학의 등장과 창작 주체의 변화

근대 중국 문학사에서 노동자 문학이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독자를 대상으로 한 변화가 아니라, 창작 주체의 변화에 따른 근본적 문학 전환이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문학은 지식인이나 관료층, 혹은 유학적 교양을 갖춘 엘리트의 전유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공장과 도시 빈민가 및 농촌의 가난한 현실을 경험한 이들이 점차 자기 언어로 자신들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문학의 내부 구조 자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지식인이 노동자의 삶을 대변하는 방식으로 계급 서사가 표현되었지만 점차 노동자들이 자신의 언어로 직접 글을 쓰고 표현하는 흐름이 더욱더 강화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자 문학은 단지 대상의 변화가 아니라, 주체의 전환이라는 특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노동자 작가들은 자신들이 겪는 불안정한 고용 조건과 위험한 작업 환경, 인간적인 존엄을 훼손당하는 일상 등을 서사 속에 담아내며, 기존 문학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자신들의 삶의 현실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문학은 서사적 완결성보다는 생생한 현실감을 더 우선시했고, 수사적인 장식보다는 직설적인 언어로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이러한 문학은 때때로 서툴고 거칠기도 했지만, 바로 그 점에서 오히려 진정성과 감정의 밀도를 확보하며 독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중국 문학사 속 계급 서사의 언어와 형식적 변용

계급 서사가 문학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와 형식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통 문학이 한자 중심의 정제된 문체와 운율 구조를 강조했다면, 근대 계급 서사는 백화문이라는 실용적이고 구어체에 가까운 문장을 채택함으로써 노동자의 목소리를 더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언어의 민주화는 문학의 민주화로 이어졌고, 독서와 문학의 영역이 특정 계층에서 보편 대중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제공하였습니다. 계급 서사에서 사용되는 표현은 때로는 분노에 차 있고, 때로는 체념과 고통을 담아냅니다. 인물 묘사 역시 이상적인 성군이나 도덕적 군자가 아니라, 고된 노동과 사회적 억압에 시달리는 평범한 인간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시간의 구조 역시 단선적 진보보다는 반복되는 억압과 저항의 순환으로 구성되며, 이는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의 무게를 더욱 실감 나게 전달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계급 서사 안에서는 단순한 영웅 서사나 성장 서사보다는 집단의 연대, 저항, 그리고 생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는 문학이 사회 구조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중요한 장르가 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즉 계급 서사의 부상은 문학을 개인의 감성 표현을 넘어 사회적 구조를 서술하는 담론으로 확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중국 문학사에 남은 계급 서사의 유산과 노동자 문학의 현대적 계승

계급 서사와 노동자 문학은 중국 문학사에서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이후 문학 전통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친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수용과 함께 계급 서사는 더욱 제도적 형태를 갖추게 되었고, 국가 주도의 문예 활동 속에서 노동자 문학은 체계적인 지원을 받으며 대중 문학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동시에 계급 서사는 이념적 강요라는 비판에도 직면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학은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문학의 윤리성과 책임감을 지속적으로 환기해 왔습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고전적 의미의 노동자 문학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계급 문학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 등 오늘날의 노동 현실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학에 재현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계급 서사가 여전히 현재적인 주제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학은 이제 다시금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구조의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장의 역할을 하며, 계급 서사는 여전히 그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계급 서사의 등장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문학이 인간 사회의 본질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마주해야 할 핵심적 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